조선최초 한글 요리책 '음식디미방'
책 표지에는 한자로 '규곤시의방'이라 쓰여 있지만, 겉표지를 넘기면 '음식디미방' 이라는 한글 제목이 나온다.
겉표지는 장씨의 부군이나 후손들이 책의 격식을 갖추고 의미를 더하기 위해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음식디미방'은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 곧 '음식의 맛을 아는 법' 이란 뜻이다.우리나라 식품사의 권위자이고 고조리서 연구가인 이성우 교수는 이 책에 대하여 "아시아에서 여성에 의해 쓰여진 가장 오래된 조리책으로, 세계 음식문화사에 특별한 의의가 있다."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그 만큼 이 책은 옛날과 오늘의 식문화를 비교·연구하는데 소중한 자료이며, 거의 사라져 버린 옛 조리법을 발굴할 수 있는 지침서로도 그 가치가 대단히 크다.
물론 '음식디미방' 이전에도 요리책은 있었다. 하지만 대개가 한문으로 쓰인 것이고, 또 간단한 소개 정도로 그쳐 실용화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내용이 한글로 되어 있고 각각의 음식에 대한 조리법과 조리기구 등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3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을 따라서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다. 또한 어법과 철자 등이 비교적 정확하고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어, 국어사적 가치도 크다 하겠다.
책은 앞뒤 표지 두 장을 포함해 총 30장에 필사본으로 되어 있으며, 이 책에는 국수,만두,떡 등의 면병류를 비롯하여 어육류,채소류,주류,초류 등 146가지의 조리 비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맨 뒷장에는 다음과 같이 자식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음식디방'의 음식법 특징
전체 146항목 중에서 술만드는 법이 51항목으로 35%에 달하는데, 이는 당시의 상류층 가정주부가 하는 일 중에서 술빚기의 비중이 상당히 컸다는 것을 알려준다.
곧, 접빈객(接賓客)이 중요한 덕목이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복숭아 간수법이나 가지,생포 간수법 등을 보면 냉장고가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음식을 보관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제철이 아닌 나물 쓰는 법 등을 보면 비닐하우스 재배와 같은 방법으로 겨울철에도 야채와 과일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만두와 국수도 재료나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며, 반찬도 다양하다. 앵두와 설탕을 조려 응고시킨 젤리와 같은 음식도 있다. 육류중에는 소고기보다 개고기와 꿩고기 요리가 많다. 농사에 소가 귀하게 쓰이던 시절, 개와 꿩이 소고기를 대신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장득만(1684~1764)등이 그린 '기사경회첯ㅂ'에 보면, 궁중연회 상차림에 '음식디미방'에서 소개하는 음식들이 보인다. 특히, 별탕이라 불리는 자라탕이나 중국 왕실에서도 귀했던 웅장,해삼과 전복 등에 대한 조리법이 있는 것으로 보아 궁에서 먹어본 요리를 다시 집안마다 재현해서 별미로 먹곤 했음을 알 수 있다.
고추는 우리나라 문헌 중 '지봉유설(1613)'에 처음 소개되었는데, '음식디미방'에는 고추에 대한 기록이 나오지 않는 점으로 보아 당시 이곳까지는 고추가 전파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 매운맛을 내는 조미료로 천초와 후추, 겨자 등을 사용했고, 마늘보다 생강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육류,해산물,채소 등을 활용한 '누르미'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현재 밀가루를 입혀서 지지는 누름적의 원형으로 보인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동아와 외로 만든 음식도 널리 식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계란 음식은 난탕과 계란탕 두 가지인데, 반숙한 계란을 끓는 물이나 장국에 곁들여 초를 치는 것으로 지금도 전래되어 오는 음식이다.
'음식디미방'에는 '맛질방문'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모두 16개 있다. 이는 '맛질이란 마을의 조리법'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여기서 '맛질'은 장씨 부인의 외가(친정어머니가 살던 예천 지역) 마을ㄹ의 조리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복원한 음식디미방 음식들
전통한옥체험관에서는 전통음식 문화를 올곧게 되살리고, 후대에 이어갈 수 있는 튼튼한 반석이 되기를 바라며 '음식디미방'의 조리법을 기초로 한 반가의 반상 차림을 재현하고 있으며, 맛볼 수 있다.